■ 유럽 내 창업활동 1위 “핫스팟”

에스토니아가 유럽의 ‘스타트업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언제든 창업할 준비가 되어 있는 젊은 엔지니어와 기업가가 대학과 기업에 넘쳐난다. 이웃 북유럽 국가 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일본의 벤처캐피털(VC)이 발트해로 몰려드는 이유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 해 에스토니아를 유럽에서 창업활동이 가장 활발한 ‘핫스팟’ 1위에 선정했다. 매년 1만개가 넘는 기업이 에스토니아에서 새로 문을 여는데, 이 중 200여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스타트업이다. 시딩(seeding·초기투자) 단계를 넘겨 정부 관리를 받는 스타트업 수는 지난 해 말 413개로, 인구대비로 계산할 때, 영국, 독일, 프랑스 등 강대국들을 뛰어넘는다.

에스토니아가 25년에 불과한 짧은 기간에 스타트업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노력과 함께 운이 따랐기 때문인데, 이는 2003년 스카이프의 탄생을 의미한다.

 

■ 스카이프가 남긴 유산

2003년 4명의 에스토니아 엔지니어와 스웨덴, 덴마크 사업가들이 창업한 스카이프는, 2년 뒤인 2005년 미국 이베이에 26억달러(약 3조원)에 팔렸다. 당시 에스토니아 국내 총생산(GDP) 140억 달러의 18%에 해당하는 부가 유입된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고스란히 에스토니아 스타트업의 종잣돈이 되었다. 스카이프를 공동창업한 4명의 엔지니어는 지분을 팔아 번 2억달러(약 2,300억원)로 앰비언트사운드인베스트먼트(ASI)라는 투자회사를 세워 자국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스카이프는 돈 뿐만 아니라 인재도 남겼는데, 회사에서 일하던 에스토니아 엔지니어들은 스카이프가 이베이에 이어 2011년 마이크로소프트에 팔리자 속속 자기 회사를 설립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국제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업체 트랜스퍼와이즈를 꼽을 수 있다.

 

■ 떠오르는 ‘에스토피아 마피아’

업계의 70%에 달할 만큼, 에스토니아 주요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대부분 스카이프에서 옆자리에 앉아 있던 동료들이다. 이렇다 보니 에스토니아 스타트업계는 어느 공동체보다 끈끈함을 자랑하며, 스스로를 ‘에스토니아 마피아’라고 부를 정도다.

성공한 에스토니아 마피아들을 미국 실리콘밸리에 진출해 네트워크를 쌓고 이를 고국에 있는 후배 창업자에게 연결해준다. 일부는 탈린으로 돌아와 고국 스타트업에 경험과 지식을 전수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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