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움 변승규 변호사의 스타트업 법률 케이스 스터디의 일부입니다.

 

 

함께 창업한 친구,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이로

 

고등학교 동창인 준석과 동수는 의기투합하여 콘텐츠 플랫폼 스타트업을 함께 창업했습니다. 지분율은 처음 아이디어를 낸 준석 70%, 동수 30%로 정했습니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회사 일에 전념한 준석과 달리 동수는 이전부터 운영하던 다른 개인사업을 그만두지 않았고, 회사 일에 대한 열의도 크지 않았습니다.

 

준석의 노력으로 회사는 조금씩 성과를 내고 사용자를 늘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준석은 야근과 주말 출근을 기본으로 알고 사는 자신과 달리, 회사 일에 별 도움도 안 되고 자주 자리를 비우는 동수가 못마땅했습니다. 반대로 동수는 애초에 준석이 전업으로 일하는 점을 고려하여 70%의 지분을 가져갔으니 자신은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준석과 동수의 다툼은 점점 잦아졌고, 감정의 골도 깊어졌습니다. 결국, 서로 마주치기도 불편한 사이가 되었고, 비난과 폭언으로 가득한 장문의 메시지를 여러 번 주고받은 끝에 동수가 회사를 나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준석은 처음에는 내심 동수가 퇴사한다는 말을 반겼지만, 한편으로는 동수가 회사 주식 30%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준석은 동수가 별다른 노력도 없이 30% 주주로서 오로지 자신의 헌신으로 이룬 회사 성장의 과실을 얻는다는 것이 불만이었는데, 이제 동수가 회사 주식을 그대로 가지고 퇴사하면 동수는 회사에 출근조차 하지 않고, 주주로서의 이익은 그대로 얻게 되는 것이었으니 속이 탔습니다.

 

준석은 고민 끝에 “너의 잘못으로 회사를 퇴사하는 것이니 주식도 당연히 내놓고 나가야 한다”면서, 동수에게 주식을 액면가에 양도할 것을 요구하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동수는 준석의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준석은 그제서야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지만, 주식을 받아 낼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창업자가 퇴사할 때, 반드시 필요한 ‘주주간계약’

 

2명 이상이 공동으로 회사를 창업할 때, 주주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예방하고 발생 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주주간계약’ 입니다. 주주 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주주간계약’이 없다면 분쟁은 길어지고 주주들은 물론 회사에까지 악영향을 끼치곤 합니다.

 

주주간계약에 포함되는 중요한 내용 중 하나가 창업자의 퇴사 시 지분의 처리 방법입니다. 원칙적으로 창업자가 자기의 잘못이나 선택으로 퇴사하는 경우라면 다른 창업자에게 주식을 양도하도록 정하는 것이 합당할 것입니다. 그래야 동기부여도 될 것이고 서로의 이탈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만에 하나 창업자가 퇴사하더라도 회사의 성장에 무임승차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주주간계약이 없다면 회사 주주의 지위와 임직원의 지위는 구분되는 것이므로, 설사 주주가 회사를 퇴사하여도 주식을 매각할 의무는 없습니다. 위 사례에서도 준석과 동수가 주주간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수가 회사를 퇴사하면서 준석에게 주식을 매각할 의무가 없었던 것입니다.

 

 

“우리 사이에 무슨…”이라는 생각은 금물…전문가 검토 거쳐야

 

뜻을 함께했던 창업자들이 싸움을 벌이고 헤어지는 일은 흔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예상과 달리 흔한 일 중 하나입니다. 때문에 분쟁이 발생하기 전, 사업초기에 ‘주주간계약’을 작성하는 것이 미래에 발생할 다툼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도원결의’를 함께 한 창업자들이 무미건조한 문장의 계약서를 작성하고, 퇴사할 경우나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분쟁을 대비하는 것이 거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주간계약을 쓴다는 이유로 얼굴 붉힐 사이라면 차라리 어서 싸우고 헤어지는 것이 서로에게 행운일 것입니다.

 

또, 주주간계약의 필요성은 알지만, 비용을 아끼고 번거로움을 피하고자 변호사의 검토를 받지 않고 스스로 적당히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주변에서 얻은 샘플을 이용해 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회사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잘못 작성한 주주간계약서가 더욱 크고 복잡한 분쟁 거리가 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달리 말하면, 주주간계약서를 잘 못 작성한 경우 없는 경우보다 못할 수 있습니다. 2명 이상이 회사를 창업하시는 경우 반드시 변호사의 검토를 받은 주주간계약서를 마련하시기 바라겠습니다.

 

* 위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의 사례이며, 등장 인물, 회사, 단체, 서비스, 제품은 실존하는 것과 무관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글: 법무법인 세움 변승규 변호사

*원문: [변승규 변호사의 스타트업 법률 케이스 스터디] #2. 2명 이상이 공동 창업할 때 꼭 필요한 ‘주주간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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