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6일 핀란드가 자랑하는 북유럽 최대의 스타트업 이벤트 슬러쉬가 취소됐다. 2008년부터 매해 겨울 헬싱키에서 2만 5,000명이 넘는 스타트업 관계자가 한 공간에서 교류하는 스타트업계의 한해 결산 파티 같은 중요한 행사다.

 

하지만 새해 벽두 부터 시작된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5월 봄맞이 노동절 축제 밥푸(Vapuu)가 취소 되고 슬러쉬는 아직 반년 이상 남았음에도 취소됐다. CEO인 미카 후투센은 온라인을 활용한 교육등 새로운 방식으로 스타트업 서비스를 혁신할 것을 약속했지만 스텝 중 절반가량을 해고 해야만 했다.

핀란드 스타트업 문화의 핵심에 있는 슬러쉬 이벤트 취소는 산나 마린 총리의 비상사태 선언과 함께 많은 스타트업 관계자에게 급박한 위기의 시간이 닥쳤고 이 사태가 쉽게 끝나지 못하고 올해 내내 혹은 그 이상 갈 수도 있을것이라는 현실을 자각하게 했다.

 

Executive Summary

– 핀란드도 COVID-19으로 인해 의료뿐 아니라 경제 특히 스타트업 에코시스템에 자금, 인적자원의 문제와 실직문제를 야기시키고 있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음

– 핀란드 정부는 기업 크기에 맞춰 긴급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음. 민관협동으로 스타트업 에코시스템은 위기극복을 위한 공동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오히려 호황이 온 음식배달업, 모바일 게임업계의 경우도 있음.

– 향후 특히 헬스테크와 에듀테크 분야의 관심은 더 커져서 Post COVID-19시대의 성장 기대중.

– Post COVID-19에 반등할 수 있는 기회를 준비하며 또 다음의 유행병을 대비하는 태세를 취하고 있음.

 

◇ 2008 금융위기 능가하는 매출 감소와 운영자금 위기

COVID-19은 전세계 스타트업 업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고 핀란드 스타트업도 2008년의 세계 금융 위기 보다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즈니스 핀란드 조사에 따르면 85%의 응답 회사들이 매출 감소가 예상되며 이 중 35%는 매우 심각하다고 대답했다. 비즈니스 핀란드의 대표 칼레 키베카스는 “코로나의 효과는 전세계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대유행의 영향은 특히 기업의 매출과 고용에 심각한 부정적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라고 답했다.

헬싱키 최대 스타트업 캠퍼스 Maria-01의 최근 조사에서는 70% 스타트업이 매출 감소를 예상하고 단지 16.5%가 1년 이상 버틸 수 있다고 대답했다. 41%는 결국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으나 11%만이 다가올 미래를 예상할 수 있다고 대답해 불확실에 대한 불안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핀란드 벤처캐피털협회가 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또 다른 조사에서는 85%가 당장 금융적 위기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1/3의 벤처 캐피털이 6개월 이내 1/3은 1년내 투자 자금이 고갈 될 위기라고 답변했다.

또 핀란드산업연합(Confederation of Finnish Industries) 조사에선 36% 기업의 4월 매출이 적어도 절반 이상 줄었고 작은 기업일수록 더 영향이 컸다. 44% 기업이 일시적 해고를 했다. 16%는 당장 파산의 위기에 있고 73%는 3개월 이상의 운영이 힘들다고 답했다. 73%가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에 사업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으며 이중 30%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특히 해외고용이 필요한 사업, 항공사업, 선박운송사업의 영향이 가장 심각하다.

 

◇ 이런 위기상황속에서 어떻게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슬러쉬에서 인터뷰한 12명의 핀란드 스타트업계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며 생존을 위한 혁신을 강조했다. 핀란드 벤처캐피털협회(FVCA)의 사미 램피넨은 새로운 투자 유치활동보다는 기존 투자자로부터 생존을 위한 지원을 더 이끌어 내야한다고 했으며 보이마 벤쳐의 잉카 메로는 최소 12개월을 버틸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할 것을 권장했다. 마키벤쳐캐피털의 파울리나 마르티카이넨은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이 투자자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상황을 견딜 수 있도록 추가 자금 투자를 논의해야 한다고 권했다. TESI의 얀 사세는 어느때 보다 경영진의 강한 리더쉽이 필요할 때이며 상황을 빠르게 재판단을 통해 이제 비현실적인 기존 계획과 예상을 다시 수립하고 임원진 사기를 단단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핀란드 정부의 경제살리기

비상 사태 선언 후 닫았던 레스토랑 같은 비즈니스는 6월에는 다시 재개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 COVID-19 여파가 끝난 것은 아니다. 물론 스타트업 뿐 아니라 전 경제시스템이 영향권에 있어 핀란드 정부는 다양한 방면에서 이 어려움을 같이 헤쳐 나가기 위한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핀란드 정부는 직접 가계에 재난지원금을 주는 정책은 시행하지 않고 있으나 산업의 각 부분, 규모별로 비상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비즈니스 핀란드와 ELY(Centre for Economic Development, Transport and the Environment)는 최대 15만 유로까지 보조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3월 말부터 시작했다. 사업 초기에는 혼란이 다소 있고 신청기업이 몰려서 이후 비즈니스 핀란드는 5인 이상의 기업, ELY는 5인 미만의 소기업의 코로나 사태 극복 프로젝트의 신청을 심사해 보조금 형태로 펀딩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레스토랑, 예술 사업등 모든 기업 형태에 해당됐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잡음이 생겨났는데 정부여당 친인척 관계자의 기업이 최고금액의 펀딩을 지원 받았다던가, 비즈니스 핀란드 지원이 로비스트, 리얼리티 티비 스타, 소프트웨어 회사,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에 유리하게 결정됐다든가 하는 불만이 나왔다.

북부 울라스의 가족기업인 야우닌상점은 지역에서 가장 큰 슈퍼마켓을 운영하는데 최고액수의 보조금을 받았으며, 핀란드의 유명 텍스타일 브랜드 Finlayson이나 밀톤 그룹의 로비회사, 블로거 출신 소셜 미디어 회사 후오노 아이티도 최고 한도 보조금을 받았다. 결국 비즈니스 핀란드와 ELY 대상으로 감사원의 감사가 이뤄지게 됐다.

이 긴급지원 정책은 큰 기업에게는 최고한도 15만유로가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의 보조금이라 큰 효과가 없는 한편, 자금력이 떨어지는 회사는 애초에 최대금액지원을 신청할 수 없고 사업초기나 적자가 기록된 기업에는 거부되는 사례가 많았다. 비즈니스 핀란드는 이런 지원이 어려운 회사를 구제하기보다는 혁신을 지속시키기 위한 보조금이라고 해명했다.

핀란드 사회 민주당의 대표 타르야 필라토프와 일마리 누르미넨은 의회 청문에서 이 프로그램이 고용을 유지하고 고정 비용 지출을 유지할 수 있게끔 수정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비즈니스 핀란드와 ELY의 펀딩 결정은 워낙 많은 지원 기업을 처리하기 때문에 5주 이상 걸려서 다급한 필요 기업에게는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됐다. 긴급지원정책은 업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레스토랑이던, 여행사던, ICT 스타트업 모든 업종을 고용규모, 매출규모를 고려하여 펀딩 프로젝트를 심사 하기 때문에 초기 기술 스타트업에 오히려 불리 하게 적용될 우려가 있다.

이런 초기 대응 이후 후속 조치로 2억 5,000만유로 규모 스타트업을 위한 지원 투자계획을 정부소유 투자회사 TESI이 준비하고 있다. 이는 줄어든 외국계 투자자본을 대신하기 위한 것으로 주로 성장기업을 대상으로 50만유로의 자기자본 여력 혹은 개인투자부분에서 조달을 할 수 있는 잠재 성장 기대가 큰 스타트업을 위해 2년 전환사채조건으로 투자하는 계획이다. 실패의 경우 자본회수는 어렵지만 회사가 성공하면 TESI는 회사의 잠재적 이익과 가치 상승에 대한 지분을 받을 수있다. 미카 린틸레 경제부 장관은 이는 보조금 지원이 아니며 미래의 일자리를 창출 할 수있는 회사를 멀리 내다보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하며 위기 극복을 위해 이전보다 훨씬 많은 연구 개발 자금과 스타트 업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EU내 규정은 국가의 일정이상의 보조금 직접 지원은 할 수 없게 하고 있다.

 

◇ 대량 실업 위기가 사회안전망을 위협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대량 실업 문제도 닥쳐왔다. 2020년 4월, 실직한 구직자 수는 433,100명으로 전년도 대비 2배가 넘었다. 실직률은 8.1%이다.

핀란드 구인구직사이트 Meet Frank에 따르면 5월 말까지 새로운 구인 자리가 매주 약 10%의 감소되었고 구직자는 약 12%증가했다.

핀란드 정부는 이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의 유동성을 보장하는 방향과 노동자에게는 실업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을 완화하는 양면의 임시 정책을 실시했다. 일시해고나 해고를 사전 통지하는 기간을 한시적으로 5일로 단축하였으며, 고정계약 고용도 해고가 가능하게 했다. 새로 시작한 기업가에게 보조하는 스타트업그랜트의 기간을 최대 18개월로 연장했다. 또 기업가는 사업을 포기하지 않더라도 한시적으로 월급이 1089.67유로 미만인 경우 구직자로 등록하고 실직생활보조금을 대기기간없이 수령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북유럽식 사회안전보장은 비즈니스 단절과 실직으로 인한 사회적 개인적 충격을 완화하는데 효과적일 것이며 이후 다시 경제를 재개할 때 빠른 회복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COVID-19의 충격은 전쟁에 준하는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핀란드 정부는 2020년 마이너스 5.5% 경제성장이 예측되며 올해 재정적자는 140억유로가 증가하여 전체 166억유로(GDP의 7.2%)이다. 만약 지난 3개월간 지속된 락다운 정책이 지속된다면 매월 GPD 1.5–2%가 감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회안전보장이 장기간 계속될 경우 더이상의 경제마비를 견딜 수는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생기고 있다.

 
◇ 스타트업 정신은 위기에 적응하고 혁신하는 것

스타트업에게 문제를 해결하고 적응해 혁신하는 것은 일상이며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겨내고자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당연히 COVID-19 위기도 극복하고 적응해야할 문제이며 기회일 수 있다.

 

핀란드에서 스타트업 문화를 증진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Ultrahack과 Junction의 해커톤 전문 스타트업은 더 이상 큰 대회장에서 한데 모여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열 수 없지만, 온라인으로 대체해 새로운 활로를 열고 있다. Junction은 3월 hack-the-crisis-finland를 온라인 개최해 1,600여 참여자가 230여개 COVID-19에 대응하기 위한 솔루션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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