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의 뉴딜 정책이 지금의 그린 뉴딜 정책이 되기까지

뉴딜(New Deal) 정책. 미국 대공황 시절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사회간접자본에 투자를 추진한 경제 정책이다. 그린 뉴딜은 말 그대로 녹색 산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 및 시장 창출 계획을 말한다. 미국, 유럽 등의 환경 정책 관련 선진국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그린 뉴딜(Green New Deal’)’ 정책을 정책적 화두로 삼아왔으며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효과는 어떨까?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기업은 풍력 에너지, 태양 에너지 등 재생 에너지 관련 스타트업과 기술에 투자하고 유의미한 신기술을 탄생시키는 선순환을 보인다. 이와 같은 움직임을 통해 독일의 전기자동차 모터 생산 업체인 MOTEG, 먼지를 바위로 바꿔 농작물 경작에 도움을 주는 기술을 제공하는 Bind-X, 영국의 산업 폐기물을 동물 사료로 변환하는 기술을 제공하는 Deep Branch Biotechnology 등 여러 스타급 스타트업이 탄생했다.

 

 

그리고 코로나-19의 팬데믹 시작 후 기후 변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성장세는 가속화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중의 환경 문제 인식 확대와 함께 각 국가는 환경 관련 정책을 발표하며 그린 스타트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유럽연합, 미국 등 대다수의 국가의 정책에 공통으로 반영된 내용은 탄소 배출 감소와 쓰레기 재활용을 통한 신재생 에너지 활용 분야다. 예를 들어보자. 스웨덴 정부는 2045년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0’을 목표로 세계 최고세율의 탄소세 부과 및 전기차 보조금 지급 등 친환경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스웨덴의 모빌리티 기업 ‘엘론로드(Elonroad)’는 주행 중 케이블 없이 자동으로 충전할 수 있는 전기차용 도로인 ‘Evolution Road’를 통해 전기차 수요 확대에 대응해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엘론로드는 ‘유럽공과대학 도심 모빌리티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스페셜: 코로나-19 (European Institute of Innovation & Technology Urban Mobility Accelerator Programme SPECIAL: COVID-19)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한국판 그린 뉴딜 정책과 D3

 

 

사실 우리나라에도 친환경, 미래 기술을 통한 미래 일자리 창출은 계속 논의된 내용이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이슈와 기후 이상으로 인한 피해로 친환경 정책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며 더욱 적극적으로 시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지난 7월 발표된 ‘한국판 그린 뉴딜정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존의 정책은 디지털 혹은 친환경 정책이 분리된 양상을 보였지만 코로나19 사태 발발 및 디지털 기술의 일상화로 인해 두 가지 요소가 결합한 것.

최근 각광받고 있는 스타트업의 종류를 보면 크게 세 가지 갈래로 그 트렌드를 구분할 수 있다. 디지털화, 그린 뉴딜 등 발표된 국정 과제와 밀접한 관계를 보이는 D3(한국전기연구원이 발표한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 에너지전환을 이끌어갈 핵심 개념)라고도 불리는 저탄소(Decarbonization), 분산전력(Decentralization), 디지털(Digitalization)이다. D3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첨단 기술의 핵심 분야이자 그린 뉴딜 정책의 주안점으로, 한국의 스타트업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저탄소가 곧 친환경…모빌리티의 미래에 투자하다

 

 

탄소, 즉 이산화탄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자동차 배기가스다. 19년 6월 기준 국민 2.2명당 1대 차량을 보유중이며, 친환경 자동차는 전체 차량 중 2.3%로 매우 미미한 상황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 수소차, 그리고 스마트 모빌리티에 대한 투자가 눈에 띈다.

공유 킥보드 ‘씽씽’을 서비스하는 피유엠피가 대표적인 사례다. 피유엠피 기업부설연구소는 씽씽 이용 데이터를 토대로 지난 9개월간의 씽씽 사용량이 지구를 36바퀴 돌 수 있는 거리이며, 이를 통해 306톤 규모의 이산화탄소 감축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탄소 배출량만 감소시킨 것이 아니다. 공유 모빌리티는 친환경 시대의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으며 한국교통연구원 조사 결과 국내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은 연평균 20% 이상 고속 성장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표주자인 피유엠피(씽씽)는 2019년 6월 알펜루트자산운용, 코어인베스트먼트, 썬앤트리자산운용, 캡스톤파트너스로부터 60억의 공동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같은 해 11월 SK 등으로부터 추가로 투자를 받아 누적 투자액 100억 원을 돌파했다.

 

2020년 9월 기준으로도 씽씽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가 이용한 공유 킥보드 서비스인 것으로 9일 확인됐다. 경쟁사 대비 8개월가량 늦게 시장에 진입했음에도 불구, 누적 투자금액과 점유율에서 우세를 보이는 것은 24시간 교체형 배터리를 통해 효율적인 운영을 한 것. 고객들의 공유 모빌리티 및 저탄소 배출에 대한 중요성 인지, 그리고 유저 친화적인 운영 플랫폼의 힘이 컸다는 평이다.
향후 피유엠피는 라스트마일 로봇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사 뉴빌리티와 협업을 결정, 킥보드의 자율 주행 기술을 연구할 예정이다. 자율 주행 기술이 완성되면 현재 킥보드의 우려점인 보행자와의 안전성, 길거리 방치 문제점이 개선되며 더욱 적극적인 사업을 펼쳐 저탄소 트렌드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건축자재부터 신선식품 포장까지 생활 인프라 정의의 확대

 

 

도시, 공간 생활 인프라의 녹색 전환화. 그린 뉴딜의 세 가지 큰 정책 중 하나다. 공공 임대주택, 국공립 어린이집 등 공공건물에 에너지 절약을 위한 단열재와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 시공이 이루어진다는 내용. 여기까지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단열재에 대한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사내벤처로 시작한 단열 소재 스타트업 ‘에임트’는 2014년 초기 설립 단계에는 삼성전자의 냉장고 제품과 건설 시공에 있어서의 단열 혁신 기술을 선보였다. 초기 단계에는 도시 및 공간을 위한 단열 기술을 제공해왔으나, 최근 코로나-19의 언택트 라이프스타일 인해 생활용품, 식료품 등의 배달 서비스가 중요한 생활 인프라가 되며 에임트의 신선 식품 패키지 또한 각광받게 되었다.

 

에임트가 개발한 에코쿨박스는 기존 신선 제품 포장에 활용되던 스티로폼 박스를 대체한다. 스티로폼은 부피가 크고 단열 효과도 낮은 동시에 일회용품이기 때문에 각종 환경오염의 원인으로도 꼽힌다. 반면 에코쿨박스는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들고, 에임트가 보유한 친환경 진공 단열재 기술력을 활용해 별도의 냉매 장치가 필요 없어 저온 상태를 효과적으로 유지하면서도 포장 부피도 크게 줄인다는 장점이 있다.

 

2019년 유통 대기업에 납품을 시작했으며, 그 시장성을 인정받아 국토부로부터 17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또한, 올해에는 와디즈 펀딩 등을 통해 일반 사용자도 활용할 수 있는 런치 백을 만들어 하루 만에 목표액의 500%를 달성만큼 일반 소비자에게도 각광을 받고 있다.

 

 

소셜에너지 플랫폼의 등장…녹색 산업의 혁신 생태계 구축 나서

 

D3의 하나인 디지털화를 통해 녹색 산업의 디지털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OECD 평균의 6분의 1수준이자,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레이트 등의 원유 수출 국가들에 이어 전 세계에서 5번째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신재생 에너지 산업의 발전이 더딘 이유는 국내 신재생 에너지 관련 정보가 제한되어 있으며, 불필요한 사업 수수료 거래구조와 과도하게 책정된 발전사업 단가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신뢰성 및 수익성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 크다. 정보 탐색, 구입, 구축의 순환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생태계 구축에 나선 스타트업이 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발전사업주, 부동산소유자, EPC사, 금융 투자자 등의 다양한 유저들을 연결해주는 인공지능형 ‘온라인 투 오프라인(O2O)’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너지엑스다. 에너지엑스는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 인공지능형 이커머스 플랫폼이 되겠다는 목표를 기반으로 사업 신청에서부터 구매까지 편리하게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아마존 형태의 플랫폼 생태계를 제공한다. 사용자 편의를 향상한 탓에 현재 소셜에너지 플랫폼에는 통해 160건 이상, 1,700억 원 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이 등록돼 있다.

이와 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에너지엑스는 현대기술투자, 심본투자파트너스, 글로리아첨단소재투자, 오피르에쿼티파트너스, 벤처스퀘어 등으로부터 2020년 3월 51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 창업 1년 만에 자기자본 132억 원을 달성, 신재생 에너지 사업의 디지털 플랫폼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실용성과 일상화가 관건

 

위 사례들의 공통점을 보자. D3라고 멋있는 용어로 설명되었고, 신재생 에너지, 저탄소 등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긴 하지만, 이들은 모두 실제 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들이다. 씽씽은 탄소배출을 하는 자동차 대신 공유 킥보드와 전기차 기술을 제공해 일상생활의 배기가스를 줄이고 있으며, 소비자가 불편해하는 주행상의 안전 관련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에임트는 단열재의 사용 용도를 기존의 건축과 전자 제품에서 확장, 소비자가 코로나-19 시대에 런치박스를 들고 다니며 배달 음식을 많이 주문한다는 것에 기인한 신선식품 단열재를 만들어냈다. 소비자는 부피는 더 작고, 재활용 소재를 사용해 친환경적이며 더욱 뛰어난 단열 효과로 간편하게 적정 온도의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편리한 UX의 신재생 에너지 플랫폼인 에너지엑스를 통해 신재생 에너지는 더 이상 기업 혹은 정부 차원에서의 활용 대상이 아닌 대중들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스타트업 트렌드는 늘 변해왔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트렌드 중 하나는 유저에게 확실한 편의성과 혜택을 주는 이로운 기술은 필요하고,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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