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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휴머니제이션과 펫시장의 성장

 

‘펫팸족’, ‘펫코노미’, ‘집사’, ‘댕댕이’ 등. 이 단어들 중 하나는 들어봤을 것이다. 모두 반려동물 시장에서 파생된 용어다. 펫팸족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pet’과 ‘family’라는 단어가 합성되어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반려동물이 가족처럼 여겨지며 예전 대비 동물들에 대한 지출과 항목도 증가, 하나의 시장(economy)인 pet-conomy를 형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장에 있는 사람들은 개를 지칭하는 용어로 ‘댕댕이’, 고양이의 시중을 드는 주인을 ‘집사’라고 부르기 시작하는 문화를 생성하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에 대한 사랑과 동물에 대한 사랑은 범세계적이기 때문인 걸까? 펫시장에서 일관적으로 보이고 있는 트렌드는 ‘인간화’, 즉 반려동물을 인간처럼 대우하는(Pet Humanization) 것이다. 우리나라 대비 반려동물 문화가 빠르게 정착된 해외의 경우 ‘펫 휴머니제이션’ 트렌드는 이미 진행형이다. 최근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며 사람들의 ‘집콕’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반려동물을 입양하려는 사람은 더욱 증가하는 추세이며, 심지어 미국에서는 강아지의 인기가 높아져 ‘Pandemic Puppy’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펫 휴머니제이션 트렌드는 사람의 의식주와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다. 반려동물의 음식, 살아가는 환경, 건강, 입는 것까지 모두 세분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소비자 편의를 위한 서비스 또한 다양해져 가고 있는 것. 이와 같은 트렌드에 따라 투자를 받고 있는 기업들의 행보 또한 눈에 띤다.

 

프리미엄을 넘어선 사료의 세분화

 

이제 단순히 저가, 고가 사료로 나뉘는 시장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고급 재료와 패키지를 중시한 높은 단가가 프리미엄이라고 여겨지던 시절과는 달리, 이제는 보호자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졌다. 채식주의자 보호자를 위한 채식 사료를 최초로 개발한 미국 콜로라도 BondPetFoods는 대체 단백질 투자에 주력하고 있는 Lever VC, KMW Ventures 등으로부터 12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출처]_Bond Pet Foods 홈페이지

 

또 다른 세분화 영역으로는 사료 서비스의 확대가 있다. 미국 반려동물협회(APPA)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 중 압도적인 수치를 자랑하는 동물은 ‘개’이나, 이외 고양이, 물고기, 조류, 소형 동물 등의 규모도 지속적인 상승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 등 시장 규모가 큰 시장에서는 조류 모이, 동물을 위한 곤충 사료 등 특화된 분야에 대한 스타트업도 관심을 끌고 있다. 예를 들어 단백질용 곤충 사료를 개발하는 미국의 Beta Hatch는 3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았다. 또한, 기존에는 강아지 산업에 집중되었던 맞춤형 서비스도 다른 영역군으로 확대중이다. 고양이 맞춤형 사료와 캣타워, 캣닙 등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Smalls는 2018년도 설립 이후 올해 Left Lane Capital, Founder Collective 등으로부터 9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아 그 시장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출처]_Smalls 홈페이지

 

반려동물의 살아가는 환경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 인프라인 점에 다들 공감할 것이다. 동물은 말을 할 수 없기에, 아픈지 안 아픈지 인간이 알아채지 못하면 계속 고통 받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람은 동물의 입장이 되어 본적이 없으니 동물이 아플 때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래서 전문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서 또 다른 문제는 비용과 거리다. 해외의 경우, 농장이나 시골에서 기르는 반려동물들은 수의사를 찾아가기가 어렵다. 또한 그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이러한 점에 착안한 수의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은 몇 년 전부터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최근 코로나 사태로 언택트 붐이 불며 더욱 그 기세를 더해가고 있다. FirstVet이 대표적인 예다. FirstVet은 스웨덴의 스타트업으로, 지역 기반 수의사들이 가입자에게 주문형 화상 상담을 제공하며 동물들을 진찰하는 서비스다. 작년 1,850만 유로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하며 서비스를 글로벌화하기 시작했으며 올해는 영국에도 원격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밖에도 Modern Animal, The Vet 등 유사 서비스가 활발하게 사업 중에 있다.

 

[출처]_FirstVet 홈페이지

 

의료비와 관련된 전문 서비스 중 보험을 빼놓을 수 없다. 반려 동물이 증가할수록 해당되는 의료 비용 또한 증가하기 때문. 미국의 보험 기술 스타트업인 FigoPetInsurance는 2020년 2월 Independent American Insurance Company(IAIC)로부터 지분 4%에 500만 달러를 투자 받았다고 발표했다. Figo는 상해나 질병 발생 시 반려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종합보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펫클라우드 제품도 탑재해 반려동물의 실시간 상태 및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IAIC는 이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Figo의 기업 가치를 1억2500만 달러로 책정했다.

 

[출처]_Figo Pet Insurance 홈페이지

 

그렇다면 국내는 어떨까? 국내의 사정도 ‘펫 휴머니제이션’ 트렌드를 보이나, 플랫폼으로 통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즉, 각 서비스가 특화되고 있는 해외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여겨진다.

 

한꺼번에, 더 편리한, 플랫폼

 

최근 스타트업계를 발칵 뒤집은 대규모 투자도 펫테크 플랫폼이 유치했다. 펫 헬스케어 플랫폼을 표방하는 핏펫이 그 주인공. 펫 헬스케어 스타트업 핏펫은 지난 주 프리미어, LSK, 미래에셋캐피탈, 삼성벤처투자, LB, PNP 총 6개 기관으로부터 16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핏펫은 2017년 설립, 반려동물 건강검진키트 ‘어헤드’로 사업을 개시한 이후 덴탈껌 ‘잇츄’, 구강관리 파우더 ‘플라고’ 등 제품군을 확산, 구축한 소비자 DB를 바탕으로 동물병원 찾기 서비스까지 성공적으로 런칭하며, 종합 펫 헬스케어 플랫폼 분야로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즉, 사용자는 핏펫몰에 덴탈껌을 구입하려고 들어왔다가 강아지 건강 관련 뉴스를 보기도 하고 동물병원 연계 서비스까지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출처]_핏펫 홈페이지

 

반려동물용품 쇼핑몰 펫프렌즈도 플랫폼화를 노리고 있다. 펫프렌즈는 10월 15일, 스틱벤처스, ES인베스터, 아이디벤처스, K&투자파트너스로부터 145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현재까지 누적 250억 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했다. 반려동물 업계 최대 규모 금액의 투자다. 펫프렌즈는 심쿵배송, 새벽배송 등 차별화된 배송 서비스뿐만 아니라, 사료, 용품, 의류 등 애견용품을 한 곳에서 구입할 수 있는 플랫폼의 대표주자로서 인기를 끌었다. 누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펫프렌즈는 고객 행동 데이터와 반려동물 생애 주기 데이터를 활용, 동물병원과 협업하는 반려동물 헬스케어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_펫프렌즈 홈페이지

 

아는 게 힘, 정보가 곧 제품이 되는 펫테크 시장

 

2018년도 국가보험원이 발표한 ‘CEO 리포트 반려동물보험 해외운영 사례와 시사점 원고’에 따르면 현재 국내 펫보험은 연간 보험료 규모가 10억원 내외 수준이다. 가입률 역시 0.02%로 스웨덴 40%, 영국 25%, 노르웨이 14%, 네덜란드 8%, 일본 6% 등의 국가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며, 2020년 현재 또한 큰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 않다. 그만큼 해외 대비 동물 진료비 책정이 일관되지 않다는 뜻이다. 진료비가 천차만별인만큼 부담 폭도 크다.

 

그래서 보호자들은 커뮤니티에 병원 추천과 수의사 추천 요청글을 올리곤 한다. 동물병원 진료비 비교 견적 앱 서비스 ‘펫프라이스’는 이와 같은 어려운 점을 파악해 지난 9월 큐더스벤처스로부터 5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보호자가 반려동물의 성별, 몸무게, 증상 등의 반려동물의 정보를 토대로 진료 과목에 대해 견적을 요청하면, 사용자 기반 지역 내 동물병원의 수의사로부터 수술 및 진료의 절차와 진료비에 대한 예상 견적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사전에 견적을 미리 확인할 수 있어 합리적으로 진료를 볼 수 있다는 점에 호응을 받고 있는 서비스 중 하나다.

 

[출처]_펫프라이스 홈페이지

 

한편, 김성일 펫산업연구회 회장은 지난 12월 “최근 반려동물 시장에는 고품질의 스마트 제품들이 중심축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1인 가구 펫팸족들이 디지털에 익숙한데다 구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반려동물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수록 관련 제품과 서비스가 다양화되고 고급화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1인 가구 펫팸족 시장에 많은 스타트업들의 진출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인간과 동물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가기 시작한 때부터 인간과 살아온 존재였다. 하지만 동물이 반려동물이 된지도, 그리고 반려동물에서 진정한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진지는 몇 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앞으로 동물이 가족의 일원이 되는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을 것이다. 그리고 변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늘 그랬듯, 우리는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든든하다. 우리의 곁에는 문제를 해결해 줄 스타트업들과 우리와 함께 살아갈 반려동물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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