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잠깐 찾아온 불청객 인줄 알았던 코로나19(이하 코로나)는 2020년 전체를 휩쓸어버렸다. 산업의 모든 것이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을 우리 모두는 체감하고 있다. 종교, 정치, 사회, 경제, 교육, 군사, 외교, 문화, 기업, 일상생활 등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 모든 대면 활동이 비대면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우리는 마스크를 양말 신듯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코로나가 일상에 끼친 영향을 나열하자면 책 수십 권으로도 부족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사회문화적 환경 변화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마케팅의 관점에서 코로나 이후의 세상을 조명해보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작업일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마케팅의 화두는 무엇일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가속화

 

우선 코로나로 인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사실 코로나 이전부터 진행되었으며, 코로나는 그 전환의 속도를 빠르게 바꿔 놓았다. 코로나로 인해 가장 수혜를 입었다고 평가받는 기업 중 하나는 ‘넷플릭스’다. 코로나 직후 넷플릭스의 주가는 40% 이상 상승했으며, 1분기에만 글로벌 시장에서 신규 가입자로 1,577만 명을 유치했다. 지난해 말 가입자 대비 9.5% 상승한 수치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증가하고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게 되면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고 디지털 콘텐츠의 소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e-commerce)나 배달앱 사용량이 증가한 것도 같은 이유다.

 

대중들은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익숙하며, 언택트(비대면) 문화는 일시적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잡고 있다. 성인남녀 중 73.1%는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언택트 문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중 20대(74.6%)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새로운 핵심 소비층인 MZ세대가 ‘코로나19’ 이후에도 접촉을 최소화하는 언택트 문화를 유지할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기업들 역시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안전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유래 없는 질병의 힘을 체감했고 향후에도 이러한 질병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학습되었기 때문에 안정적인 디지털에 더 힘을 줄 것은 자명하다.

 

#모든 마케팅 활동도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에 맞춰 기업의 마케팅 활동도 당연히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대면이나 집객 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고객 접점’ 관련 활동이 위축되고 있으며, 오프라인 점포, 카달로그, 오프라인 이벤트 등 전통적 마케팅 툴(Tool)이 장소, 환경, 시간의 제약이 없는 디지털 툴로 전환되고 있다. 이를 언택트 마케팅이라 부르며,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비대면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고 제품을 홍보하는 마케팅을 의미한다. 이미 오프라인 점포의 역할은 온라인의 홈페이지나 SNS 채널이 대체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이벤트는 온라인 이벤트로 대체되고 있다. 온라인으로 ‘방탕소년단 방구석 콘서트(방방콘)’를 개최한 것이 대표적인 비대면 이벤트 사례다.

 

 

유럽에서는 이미 각종 박람회나 강연, 이벤트 등 오프라인 행사를 온라인에서 쉽게 구현하게 해주는 가상 이벤트 플랫폼이 각광받고 있으며 호핀(Hopin)은 1년 만에 20억 달러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호핀은 클릭 몇 번으로 온라인으로 이벤트를 기획하고 입장권 판매나 홍보, 참석자 관리 등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오프라인 방식 중에서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가 온라인을 대체하는 마케팅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온라인 대비 참여 인원이 적고 공간적 제약이 크다는 점에서 발전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온라인 경험을 디자인해야 한다

 

기업의 모든 마케팅 활동을 디지털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본질, 즉 포스트 코로나 마케팅의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온라인 경험 디자인(OXD, Online Experience Design)’이다. IT 업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사용자 경험 디자인(UXD)’에서 파생된 개념으로 이제 마케터는 다양한 디지털 채널에서 브랜드가 제공하는 경험을 최우선으로 관리하고 디자인해야 한다.

 

 

소비자는 이제 오프라인 보다 온라인 접점에서 제품이나 브랜드의 정보를 더 찾아본다. 오프라인 매장 방문이 꺼려지는 상황에서 홈페이지나 SNS(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유튜브 채널 등 브랜드의 다양한 온라인 채널은 오프라인 점포를 대신하는 훌륭한 대안이다. 특히 MZ세대는 구매를 결정하기 전 정보를 면밀히 검토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브랜드의 모든 온라인 채널을 염탐, 유랑하며 브랜드를 판단한다. 또한 광고 포스팅(블로그, SNS 등에 문자와 사진, 영상 등을 게시하는 행위)에 노출되어 클릭을 하더라도 포스팅 내 해시태그나 계정의 아이디를 눌러 브랜드의 채널과 콘텐츠를 검토한다. 이 브랜드가 신뢰할 만한 브랜드인지 힙한 브랜드인지 말이다. 코로나는 이러한 MZ세대의 ‘온라인 채널 염탐 성향’을 극대화시킬 것이다.

 

기존 마케팅이 우리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의 관심을 확보하는 수단이었다면, 코로나 이후 마케팅은 우리 브랜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의 신뢰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마케팅이 변화할 것이다. 그래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마케터에게 주어진 핵심 과제는 브랜드의 ‘온라인 경험 디자인’이다. 과거 오프라인 매장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홈페이지나 SNS, 유튜브 채널 등이 기업의 기본 플랫폼이 될 것이며 과거 브랜드가 자신들의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매력적으로 단장하기 위해 오프라인의 점포를 가꾸고 영업사원을 확보했던 것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브랜드는 온라인 채널을 매력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이제 브랜드는 디지털에서 직접 고객과 만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온라인 경험 디자인’은 어떻게 전개해야 할까? 최소한의 가이드를 정리해보면 ‘일관된 메시지’와 ‘비주얼 언어의 통합적 관리’ 그리고 ‘기업의 투명성 전달’이 필요하다.

 

(1) 일관된 메시지

온라인 경험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일관성’이다. 일반적으로 브랜드는 홈페이지부터 SNS, 유튜브 등 다양한 브랜드 채널을 운영한다. 그런데 이 채널들의 경험이 일관되지 못하고 채널마다 따로 논다면 고객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 주기 어렵다. 예를 들어, 어느 자동차 브랜드의 홈페이지에서는 첨단 기술에 기반한 혁신적 브랜드를 이야기하고 페이스북 채널에서는 동네 옆집 친구 같은 친근한 브랜드를 이야기한다면, 소비자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매장 중에서도 컨셉이 명확한 매장이 더 기억에 선명히 남는 것처럼 온라인 채널들의 경험은 일관되야 한다. 그러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건, 브랜드의 메시지 정립일 것이다. 우리 브랜드의 핵심 가치는 무엇인지, 그래서 우리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어떠한 메시지로 소비자에게 전달할 것인지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메시지가 정립된다면, 모든 온라인 경험 창구에 대한 통합적 적용은 그 다음이다.

 

(2) 비주얼 언어의 통합적 관리

음식점 재방문의 결정적 요인은 ‘맛’이지만 맛 외에도 인테리어나 위생, 점원의 친절 등도 중요한 재방문 요인이다. 특히 가장 많은 정보를 습득하는 시각적 요소는 고객 경험을 좌우하는 요소이며 소비자는 간판부터 내장 인테리어 자재, 메뉴판의 디자인 등 꽤 세심하게 시각적 요소를 눈여겨보며 점수를 매긴다. 그렇다면 온라인 채널을 운영할 때도 온라인 채널을 하나의 경험 공간으로 인식해야 하며,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디자인 요소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유튜브 채널을 예로 들자면, 통합적 관리가 필요한 디자인 요소들은 ‘검색했을 시 노출되는 아이콘’, ‘채널 설명 문구’, ‘메인 페이지 디자인’, ‘메인에 노출되는 영상’, ‘채널 정보 문구’ 등 고객이 시각적으로 만나는 모든 것들이다. 이를 ‘비주얼 언어’라고 하며 비주얼 언어는 채널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요소이자 채널에 대한 브랜드 연상을 강화시키는 장치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온라인 경험의 일관성을 부여하기 위해 온라인 채널의 다양한 비주얼 언어 요소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아무리 각 요소가 매력적이라도 따로 논다면 좋은 경험을 제공하기 어렵다. 전통 찻집을 방문했는데 음악은 최신 팝송이 나온다면 그 경험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 그래서 질 높은 온라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건, ‘비주얼 언어의 통합적 관리’다.

 

(3) 기업의 투명성 전달

우리나라 정부가 ‘코로나19’ 위기에 비교적으로 잘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국민에게 공유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국민들은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브랜드에 요구되는 것도 투명성이다. 보건이나 위생에 대한 불안심리가 그 어느 때보다 가중된 상황에서 기업은 마케팅 활동을 통해 소비자에게 기업의 투명성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마케팅에서 브랜드의 진정성은 계속 언급돼 왔지만, 코로나 위기를 거치면서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이제 브랜드는 온라인 채널에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홈페이지 구석에 올려놓는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브랜드의 다양한 채널에서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약간은 재미없는 내용이겠지만, 브랜드의 투명성에 예민한 소비자는 분명히 검토해볼 내용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실수나 잘못을 통해 나쁜 뉴스가 생긴다면 솔직하게 소비자에게 고백해야 할 것이다.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을 희화화해서 큰 비난을 받았지만, 빠르게 사과하고 대처했던 무신사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실수했더라도 솔직하게 용서를 구하는 사람은 용서할 수 있어도, 실수하고 이를 숨기는 사람은 용서하기 어렵기 마련이다.

 

#마케터는 ’브랜드 경험 설계자’다

 

‘조 트리포디(Joe Tripodi)’ 코카롤라 CMO는 ‘고객 경험 설계’가 향후 CMO(최고마케팅책임자)의 역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케터의 역할이 광고나 판촉에 국한되지 않고 고객과 만나는 모든 경험을 디자인하는 역할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마케터도 딱 이러해야 한다. 코로나로 더 강력해진 디지털 전환의 물결에서 마케터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임무는 ‘온라인 경험 디자인’이며, 마케터는 소비자와 만나는 모든 온라인 접점을 설계하고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마케터는 온라인 상에서 브랜드 경험을 디자인하는 ‘브랜드 경험 설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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