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지역이 스타트업의 발흥지로 주목받는 추세다.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부족한 국가 인프라, 일자리 창출을 스타트업이 대신하는 모양새다. 이를 뒷받침하는 투자도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중이다. 컨설팅 기업 ‘AT커니’의 발표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동남아시아 벤처 투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119%로, 중국(81%)과 인도(61%)보다 높았다.

 

이를통해 등장한 대표적인 스타트업이 차량 공유 서비스, 모바일 결제 플랫폼 기업 그랩(Grab)이다. 그랩은 대규모 투자유치를 발판으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 아시아 7 개 시장에서 서비스 중이며, 지난해 말 10 억 건(10월 26일 기준)의 누적 승차 횟수를 기록한 서비스다.

 

2014년 설립된 싱가포르 스타트업 닌자밴(Ninja Van)은 동남아시아 물류분야의 유니콘을 꿈꾸는 유망 기업이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에서 20만건 이상의 물류 처리를 하며 동남아시아 물류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병목현상을 해소 중이다.

 

이하 라이 창 웬(Lai Chang Wen) 닌자밴 대표가 동남아시아 시장 현황을 이야기하며, 한국 스타트업이 찾을 수 있는 기회에 대한 질의응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동남아시아 시장과 한국시장의 차이점

동남아시아는 인구도 많고 부유 계층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시장과 차이점은 소셜미디어 활용에 있다. 동남아시아인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라인, 왓츠앱 등 소셜미디어를 굉장히 많이 사용한다. 단적인 예로, 미얀마 양군 사람들의 경우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들기 위해 산다. 휴대폰 판매점에 와서 심카드를 달라는 것이 아니라 무작정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달라고 한다. 이렇듯 동남아시아는 소셜미디어 중심으로 돌아간다.

동남아시아인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보면 K-POP의 영향으로 한국을 좋게본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대기업 계열사 등 한국기업들도 동남아시아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근래 한국 요식업계도 많이 진출해 있다. 싱가포르 셀렙이 한국 레스토랑을 찾는 것이 자주 보인다. 그만큼 한국 브랜드를 잘 받아들인다.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투자 동향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투자동향을 보면, 2015년 11억달러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3분기에는 77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크게 늘었다. 중국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글로벌 기업이 동남아시아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투자 분야를 보면 그랩과 고젝 등 차량공유 서비스, 라자다 등 전자상거래 및 여행 분야에 투자가 많았다.

 

한국 등 해외 스타트업이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때 고려할 사항

기본적으로 배가 고파야 한다. 즉, 절실하게 원해야 한다. 아울러 업계 상성도 중요하겠다. 그뒤 로컬 어드벤티지, 코리안 어드벤티지가 있는지 보고 자금이 얼마나 드는지도 살펴야 한다. 풀어 설명하자면, 진출하는 지역에 지인이나 가족, 협력할 정부 관계자가 있는지, 한국에 대한 인식이나 기대치가 있는지를 봐야한다는 것이다. 그게 없으면 안 팔린다. 그리고 돈도 필요하다. 아마존이나 우버는 실제 수익을 내기까지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한 비즈니스를 한다. 스타트업이 하기 힘들다. 스타트업은 최소한의 돈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사업을 선택하는게 맞다. 공유경제 서비스 투자가 활발하다고 해서 지금 동남아시아에서 공유서비스를 하려는 한국 기업은 없을 거다. 로컬어드벤티지, 코리안 어디벤티지도 없는 분야이고 초반에 자금도 많이 든다. 추천 진출 분야는 아닌 셈이다.

 

전자상거래 산업에 진출한다면 

동남아시아 전자상거래는 세 가지 카테고리가 있다. 아마존과 같이 모든 상품을 판매하는 제너럴 플랫폼(General platforms), 구체적으로 몇 가지 카테고리에 집중하는 니치플랫폼(Niche platforms), 그리고 머천트, 브랜드(Merchants/ brands)다.

제너럴 플랫폼은 추천하지 않는다. 로컬 어드벤티지와 자금이 없으면 어렵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조차도 동남아시아 진입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만 했다. 스타트업의 영역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보다는 니치 플랫폼과 브랜드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니치와 브랜드는 좋은 제품만 내놓는다면 소비자들이 찾는다.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진입할 수 있기도 하다.

참고로, 우리가 제품을 배송하며 소비자에게 국가별 상품 선호도 조사를 한 적이 있다. 한국 제품의 경우 중국 제품에 비해 가격은 조금 높지만 제품 질은 월등히 높다라고 답변이 많았다. 그리고 어디서나 쉽게 구매할 수 없는 제품이기에 희귀성이 있다는 소비자 인식이 있었다. 가지고 있거나 착용했을 때 멋지다는 것이다.

 

동남아시아에서 마케팅은 어떻게 해야할까.

연예인과 팔로워를 많이 거느린 온라인 셀렙을 활용하면 마케팅에 도움이 된다. 한국스타들은 동남아시아에서 인기가 높은 런닝맨과 같은 리얼리티쇼를 잘 활용한다. 배급사와 네트워킹을 통해 자금도 끌어오고, 스폰도 유치하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제품을 론칭하기도 한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소셜미디어에서 하루 100만 건이 넘는 실거래가 발생한다. 또 페이스북 라이브 등 라이브스트림을 통한 홍보, 판매도 주목할만하다. 상품 종류는 아마존 등 플랫폼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상품군이 관심을 받는다. 흥미로운 것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따로 수수료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수익이 판매자한테 간다.

 

동남아시아 핀테크 시장 현황

동남아시아 핀테크 서비스 종류는 세 가지가 있다. 우선 여러 신용카드와 보험 상품을 비교해주는 에그리게이터(Aggregators), 실제 비용을 지급하는 이월렛을 제공하는 파이넨싱 컨수머(Financing consumers), 그리고 파이낸싱 SME(Financing SMEs)다. 핀테크 스타트업은 파이낸싱 컨수머와 파이낸싱 SMEs를 집중 공략하는 추세다. 기존 은행권에서 하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기업이 동남아시아에 와서 이 분야를 공략하는 것은 쉽지 않을거라 본다.

 

미디어와 게임, 여행 사업에서 한국 스타트업 가능성

콘텐츠 제작부분에서는 전망이 좋다고 본다. 동남아시아인 상당수가 한국문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한국 제품, TV쇼, 게임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다만 배포 쪽은 정부 혹은 국영기업이 컨트롤하는 경우가 많기에 진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

여행쪽에서 보통 중국은 씨트립, 동남아시아는 익스피디아 같은 서비스를 많이 이용한다. 이들 서비스가 집중적으로 하고 있는 개인 맞춤형 여행 큐레이션이다. 소비자는 이걸 굉장히 흥미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하기에 선택하는 것이다. 이는 로컬 정보가 굉장히 중요하기에 한국회사가 굳이 동남아시아에서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국기업은 한국 정보를 가장 잘 알기에 한국에서 외국인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강점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현지정보가 정말 중요하고 큰 역할을 한다.

 

적합한 진출 분야와 한국 기업의 강점을 찾는게 유리

한국 스타트업이 동남아시아에 진출하고자 한다면 산업 선택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한국 기업만의 강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 브랜드와 콘텐츠를 잘 활용한다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통할거라 본다.

 

닌자밴의 현황을 이야기해 준다면.

최근 몇 달간 가파르게 성장했다고 자부한다. 물류스테이션이 300여 곳으로 늘었고, 1년 사이 배송 차량도 3배 많아졌다. 동남아시아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는 닌자밴 배송 기사만 만여 명에 달한다.

 

동남아시아에서 사업을 하면서 겪은 어려움이 있다면.

동남아시아 대도시는 서울과 별반 차이없을 정도로 잘 되어 있다. 하지만 한 10km만 벗어나도 도로 인프라가 좋지 않고 교통 체증도 굉장히 심하다. 아울러 동남아시아 소비자는 자국 서비스를 우선시하는 성향이 있다. 여담이지만, 서비스와는 다르게 상품에 대한 인식은 정 반대다. 외국 상품이 자국상품보다 훨씬 더 좋다고 생각한다. 인재 유치도 어려움 중에 하나다. 싱가포르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현지 언어와 영어를 동시에 하는 인재가 흔치 않다. 쉽다고 보고 시작을 했는데 현실의 벽이 높았다.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지 일을 시작하고 나서 고민을 했다.

 

어떻게 극복했나.

결론은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일관성있게 제공하는 것이었다. 좋은 품질의 서비스를 대도시 뿐만 아니라 시골까지 똑같이 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산업 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관련 있는 사람과 임시로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경제 형태)로는 안 된다고 봤다. 그래서 풀타임으로 고용을 했다.

여기에 기술을 활용해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효율적으로 추구했다. 교육을 통해서도 할 수 있겠지만, 자동화된 프로세스를 적용한다면 더 나을거라고 봤다.

그리고 동남아시아 소비자는 빠르고 비싼 배송보다는 약속한 기간에 저렴하게 받는 것을 선호하기에 그것에 맞춘 고객 경험을 신경썼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고객,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이었다.

 

글로벌 물류서비스가 아니라 닌자밴을 써야하는 이유는 뭔가.

우리는 여느 국제 배송 서비스와는 다르다. DHL이 선진국에서는 잘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동남아시아에서는 닌자밴이 더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닌자밴은 동남아시아 현지 정보를 가지고 구석 구석을 다니면서 배송을 할 수 있다. 좋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가격 경쟁력까지 있다.

 

한국을 비롯해 해외 기업에게 닌자밴이라는 물류기업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보통 다른 회사가 자사에 유리한 것을 고수하는것에 비해, 우리는 상대 클라이언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포커싱한다. 클라이언트가 하려는 것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거다. 일례로, 전자상거래 파트너들과 일을 할 때 동남아시아에서 어떻게하면 펀딩을 잘 할지에 대한 지원개념의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우리는 단순한 물류 기업이 아니다. 전자상거래 기업이 동남아시아로 통하는 관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제품만 가지고 오면 나머지는 우리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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