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 시티’라는 애칭을 가진 싱가포르에서 20년 가까이 살아왔지만, 요즘처럼 싱가포르가 전 세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온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최근 ICO (초기 코인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를 준비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기업들이 재단설립 1순위로 고려하고 있는 곳이 바로 이 도시국가이다. 싱가포르 정부의 ICO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함께 선진 금융 시스템, 안정적인 정치 상황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영어로 의사 소통이 자유롭고, 스위스나 에스토니아 같은 유럽의 ICO 경쟁 국가보다 지리적으로 아시아에 가깝다는 이점도 싱가포르의 인기에 한 몫 한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의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싱가포르로 향하면서 싱가포르의 ICO 규모도 미국과 스위스에 이어 세 번째로 커졌다. 일례로, 약 1억 500만 달러를 모금한 포괄적인 크립토 파이낸셜 플랫폼 퓨전 파운데이션(Fusion Foundation)과 8,000만 달러를 모금한 크립토화폐 지불 업체 TexX의 ICO 캠페인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명실공히 아시아 ICO 허브로 도약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현 상황은 핀테크 분야에서 싱가포르 정부의 주도적인 이나셔티브에 힘입은 바가 크다. 싱가포르 중앙 은행인 싱가포르 통화청(Monetary Authority Singapore, MAS)은 금융 부문 기술 및 혁신 계획을 통해 향후 5년간 약 1억 6천 9백만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싱가포르 통화청은 타 지역 대비, 싱가포르 금융 산업의 혁신 강화를 유도, 사용자 친화적인 금융 서비스 확충에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이다. 싱가포르의 블록체인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태도는 Zilliqa, Kyber 등과 같은 성공적인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중요한 자양분이 되었다.

 

특히, 올해는 ‘스마트네이션2020 전략 (Smart Nation 2020 strategy)’을 중간 점검하는 시기이기에 싱가포르의 혁신에 대한 의지는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차원에서 블록체인 기반 금융 플랫폼을 추진하고 있으며, 금융회사 간 실시간 총액결제 시스템 (RTGS)2)을 구축하기 위한 프로젝트(Project Ubin)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현재 싱가포르의 실시간 총액결제 시스템인 MEPS를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2016년 프로젝트 개시 후 총액결제 시스템의 기본 기능을 블록체인 상에서 구현하는 테스트는 마무리되었고, 2017년 11월 추가 기능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단계에까지 도달했다. 싱가포르는 블록체인 개발 외에도 AI 워크 플로우 프로세스 등에 대한 모니터링도 병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싱가포르는 지난 4월 핀테크 관련 신기술에 대한 특허 승인 기간을 기존 2년에서 6개월로 단축한다는 획기적인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허는 개발자가 기술에 대한 권리를 유지하고, 다른 사람들이 이를 악용할 수 없도록 하기 때문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하지만, 신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최대 2년에 이르는 특허 허가 기간 동안 적극적인 활동을 할 수 없어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 그간 기업의 애로사항이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싱가포르는 특허 승인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제도를 만들어냈다. 핀테크 패스트 트랙 (Fintech Fast Track, FTFT)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이 제도를 통해 핀테크 기업들이 신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더 신속하게 출시할 수 있어 업계에 더 많은 혁신과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아시아 각국은 미래 성장동력을 핀테크 사업에 찾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싱가포르 정부가 취하고 있는 블록체인에 대한 미래지향적이고 건설적인 태도, 구체적이고 명확하고 투명한 정책과 시스템은 여러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글로벌 파인낸스 허브에서 런던과 뉴욕에 이어 3위에 랭크되어 있는 싱가포르가 블록체인을 활용한 핀테크 활성화를 통해 금융 강국으로 입지를 더 강화할거라 전망된다.

 

 

 

elva

오트베르트 데 용(Otbert de Jong) / 블록체인 기반의 인슈어테크 플랫폼 인미디에이트(Inmediate) 대표이자 베테랑 금융인이다. 싱가포르 인슈어런스 마켓(Insurance Market)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신뢰할 수 있으며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한 보험 서비스 개발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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