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한국에 해외 서비스의 론칭이 늘고 있다. 누적 투자금만 9,180억 원에 달하는 중국 유니콘 에듀테크 기업 ‘브이아이피키드(VIPKID)’, 홍콩의 교육기술 스타트업 스냅애스크(Snapask)’ 등 다양한 기업이 진출했다.

 

이들 기업은 국내에 진출할 때 모두 ‘론처’의 도움을 받았다. 론처(Launcher)란 기업이 해외진출시 현지에서 디딤돌을 놓는 직군이다. 단순하게는 사무실 계약서부터 초기 팀 채용, 파트너회사 계약, 홍보 등 일을 한다.

 

‘하이프(HYPE)’는 설립된 지 1년 된 기업형 론처다. 하지만 공동창엄자들 이력은 화려하다. 에어비앤비 차이나, 위워크 아태지역 총괄을 맡은 헤넥 로(Henek Lo), 에어비앤비 차이나 오퍼레이션 및 전략담당 디렉터 로버트 하오(Robert Hao), 전 에어비앤비 코리아 대표 이준규씨가 주축이 돼 동남아 6개 국가 및 북미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하이프는 컨설턴트처럼 시장 분석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밀착 스킨십을 통한 카운셀링이 특장점이다. 이를통해 경쟁력 있는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동반자를 자처한다. 최명화 하이프 한국 대표를 만났다.

 

 

현재 한국 지역 운영 및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하이프에는 어떻게 합류한건가. 

 

공동창업자 중 한명인 이준규 지사장과 인연이 있다. 정확하겐 이 지사장과 구글에서 협업했던 선-후배사이다. 하이프 이전에 디즈니 싱가폴 오피스에서 동남아 디지털 사업개발 총괄이사를 맡았고, 디즈니 코리아에서 디지털 프로덕트 매니저로, LG Display에선 북미시장을 담당했다. 이후 구글 도쿄와 서울에서 신규사업개발을 담당했다.

 

 

최근 ‘론처(launcher)’라는 직업이 점차 알려지는 듯 하다. 최근 중국 에듀테크 기업 ’VIPKID’의 한국 진출 소식과 더불어 강연도 열렸다. 하이프는 어떤 론처인가.

 

우리는 법인 등록 등 법적 절차를 통한 기업의 해외 진출도 지원하지만, 가장 크게 신경쓰는 부분은 ‘운영’이다. 진출 초반 매출을 발생시키기 위한 핵심 파트너십과 장기적인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고용에 방점을 두고 있다.

 

운영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론칭 때마다 깨닫는다. 잘못 구성되면 서비스의 본가치가 전달되지 않을 뿐더러 기업문화도 아예 달라지기 때문이다. 심하면 원래 있던 프로덕트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대단히 큰 손실을 일으킬 수 있다. 다행히 하이프를 론칭한 지 1년 동안 5개 서비스를 론칭 했는데 모두 잘 되고 있다. 우리 철학을 이해해준 덕이 크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면.

 

우리가 국내에 진출시킨 스냅에스크는 현재 대치동 사거리 학원가 1층에 입점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콘셉트는 학원에 다니는 학생이 간단히 간식을 먹으며 Q&A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거다. 이를 위해 본사의 임원진이 우리와 함께 대치동 투어를 했다. 고객의 UX를 직접 경험해보도록 한 거다. 이 때 타깃인 고객인 학생과 만나고 공인중개사 미팅 및 계약까지 도왔다. 건물 인테리어를 할 땐 우리가 보유한 위워크 디자이너와 인테리어 팀을 연결해줬다.

 

단순히 해외 진출에만 힘썼다면 지금보다 빠른 속도로 회사 규모를 키울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서비스를 하는 취지와 다르다. 우리와 고객사가 원하는 목표가 일치해야 서비스가 제대로 운영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6,9,12개월 단위로 계약하고 고객사가 자리를 잡으면 우리는 일선에서 물러나 어드바이저가 된다.

 

 

론처’라는 직업이 필요한 이유는 뭔가. 

 

국내에는 좋은 스타트업이 많은데 반해 성공적 해외진출 사례는 적다. 해외에 론칭할 때 필요한 스킬 부족과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만들지 못 해 막히는 것이 안타까웠다. 우리가 구축해온 네트워크와 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이들을 돕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현재 시리즈 A급 스타트업의 밸류를 높이고 우선순위 마켓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운영 중이다.

 

 

국내 스타트업이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는 확신은 어떻게 가졌나.

 

비슷한 카테고리의 스타트업을 비교할 기회가 있었다. 동남아 6개 지역에 론칭하고 누적 투자금 200억원이 넘는 서비스와 기업 밸류 200억원 정도인 서비스를 따져봤는데 국내 스타트업이 더 나았다. 몇 년 앞서나간 UI/UX를 자랑했고, 프로덕트의 로드맵도 5년정도 앞서 있어 놀랐다. 국내에선 잘 하는 업체끼리 레드오션에만 몰려있는 것 같았다. 조사할 수록 한국에만 있기엔 아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타트업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나.

 

우선 론칭할 때 중요한 건 어떤 시장에 진출하는지다. 같은 비즈니스라도 되는 국가와 안 되는 국가가 있다. 그래서 ‘딥(dip)’이라는 리서치를 통해 상황을 검토한다. 스타트업이 다른 국가에 진출할 때 필요한 인프라, 산업, 고객, 전문가군과 인터뷰하는 거다. 실례로, 올연말 티켓팅 관련 스타트업이 국내에 진출 하는데, 이를 위해 국내의 경쟁업체 관계자와 대외비를 제외한 인사이트를 나누는 거다. 리서치 이후 기업이 진출을 원하면 ‘운영(BOT, Build, Operate, Transfer)’을 진행한다.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사업은 ‘오퍼레이션 인베스터(Operation Investor, 이하 ‘OI’)’다. 제2의 에어비앤비, 위워크를 찾아 론치를 돕는 대신 10%의 지분 투자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받는 거다.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OI 모델을 적용하고 싶다. 투자와 운영을 한 배에서 같이 하면 더 재밌을 거다.

 

 

지역마다 각각 다르게 진출 전략을 짤 것 같은데, 어떻게 하는지 공유해달라.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을 희망하는 커머스 기업이 있다 치자. 배경에는 관련 국가에서 트래픽이 발생했기 때문일 거다. 그럴 땐 유저가 들어온 경로 및 어떤 물건을 선택했는지 따져본다. 이때 진출에 필요한 초기 단서를 잡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걸 전체 시장의 잠재력으로 판단할 순 없다. 이후 검증 조사를 따로 한다. 동남아 6개 국가 내에서 인프라 시장은 B2B, 고객 시장은 B2C, 그 이후 경쟁사 유사업종을 다 돌아본 뒤 마케팅 전략 방향을 잡는 데이터 보고서를 만든다. 이후 실제 적용하기 전에 인터뷰를 진행한다. 최근까지의 과정과 향후 트렌드 변화를 듣는 거다. 이후 각 업체들의 강점을 따진 뒤 기업이 차지할 파이를 가늠하며 최종적으로 정리하게 된다. 동남아 시장은 쉽게 보면 안 된다.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나라를 결정한다는 건 실패하기 좋다. 그러니 잘 따져봐야 한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컴퍼니빌더 역할도 보이는데.

 

사모펀드가 경영에 참여해 회사를 일으켜 세우는 방식을 스타트업에 적용 하고 있다고 본다. 일반적인 조언이 아닌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한 팀을 위해 자리 잡을 때까지 함께 고생하며 모든 걸 내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시리즈 A 규모의 팀이 더 좋은 기업 가치를 증명할 수 있도록 성장하는 조력자 역할을 자처한다.

 

 

모든 스타트업의 요청에 응하지는 않을거다. 기준이 있다면. 

 

10여 명의 팀원으로 최대의 효율을 이루기 위해 나름의 원칙으로 좋은 스타트업을 보려고 노력 중이다. 우리가 가진 강점, 우리가 주목하는 산업, 시장의 가능성을 본다. 동시에 도덕적 흠결이 없는 스타트업과 조직문화가 갖춰진 팀의 진출을 도우려 한다. 계약하는 순간부터 그 기업과 한 배를 타는 셈이니, 향후 사업이 무리 없이 운영되기 위해선 위 요소를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계약이 끝난 뒤에도 일정기간 기업의 조언자 역할을 한다.

 

하이프의 목표는 우리가 함께한 팀의 안정적인 운영과 성장이다. 계약기간이 끝나도 위워크 등 같은 공간에 입주시킨 뒤 어드바이저 역할을 한다. 네트워크 내에서 서로의 마케팅 방식을 배우거나 인사이트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정보공유 이벤트도 기획하고 있다고.

 

기존 액셀러레이터 행사의 빈 틈을 찾아 우리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이벤트를 열려고 한다. 크진 않더라도 진정성을 보이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할 거다. 예를들어, 동남아에서 진출한 이방인 스타트업으로서 느끼는 어려움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런 유형은 국내에서 지금껏 시도하지 않았던 콘텐츠다.

 

 

지난 1년 소회, 하고 싶은 말로 마무리하자. 

 

‘론처’는 가슴 떨리는 일이다. 창업자 입장으로 함께 사업을 키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구글과 디즈니에서 일 했을 때와는 다른 보람을 얻고 있다. 해외에 론칭을 고려하는 시리즈A급 스타트업은 언제든지 문을 두드려주길 바란다. 함께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 같은 꿈을 꾸는 이들도 환영이다. 싱가폴, 인도네시아, 홍콩, 말레이시아, 한국에서 각각 론처를 채용 중이다.

 

 

원문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