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인다면 우리는 그 안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까. 탑승자를 태운 자동차는 스스로 주차장을 빠져나온다. 먼 거리로 향하는 탑승자가 이동 중 볼만한 콘텐츠를 고른다. 리모컨이나 자판이 없어도 가상터치를 통해 선택이 가능하다. 볼만한 영화를 골랐지만 이내 지루해졌다. 그러자 탑승자의 감정을 인지한 자율주행차가 창 밖 풍경을 배경으로 한 게임을 권한다. 게임을 즐기는 도중 재채기를 하자 차량 내 온도가 자동으로 조절된다. 어느덧 도착한 목적지, 주차장에 진입한 자동차는 알아서 주차공간을 찾아간다.

 

 

11011101콘텐츠 임팩트 2018 ‘스스로 가는 자동차와 당신의 시간’을 통해 본 자율주행차의 미래다. 가까운 미래, 자동차는 더 이상 이동을 위해 머무르는 공간이 아니다. 문화와 생활공간이자 거대한 콘텐츠 플랫폼, 혹은 움직이는 스마트 모바일 공간이 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테츠진흥원이 주관한 ‘11011101 콘텐츠임팩트 2018’이 1일 홍릉 콘텐츠문화광장에서 개최됐다. 콘텐츠임팩트는 한콘진의 문화기술 전문인력 양성사업으로 자율주행차, 데이터과학, 블록체인 등 신기술과 아티스트가 콘텐츠 혁신을 도모하는 프로젝트다.

 

올해는 콘텐츠 플랫폼으로서의 자율주행 자동차의 가능성을 실험해본 ‘스스로 가는 자동차와 시간’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아티스트, 뉴스가 협업한 ‘아름다운 뉴스’, 인디아티스트와 블록체인 개발자의 고민을 다룬 ‘인디 아티스트를 위한 블록체인’ 3개 과정 16개 프로젝트가 공개됐다. ‘스스로 가는 자동차와 시간’에는 제네시스랩, 브이터치, 폴라리언트, 코클리어닷에이아이 총 네 곳의 기술 스타트업이 참여해 아티스트와 협업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을 선보였다.

 

 

제네시스랩은 사람의 감정을 읽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드라마 에피스드로 선보였다. 탑승자의 표정과 목소리를 통해 슬픔, 기쁨, 화남 등의 감정을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드라마 속에서 구현된 기술은 제네시스랩의 딥러닝 감정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해당 기술은 얼굴 윤곽, 나이, 성별, 눈동자 정보를 비롯한 시각정보 7가지와 4가지의 음성감정을 토대로 탑승자의 감정을 읽어낸다.

 

 

차 안의 감정을 감지하는 기술은 단순히 적합한 콘텐츠를 추천하고 실행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쇼핑, 원격진료 등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예컨대 비밀번호 대신 사용자의 표정이나 웃음소리를 결제도구로 활용하거나 차량 안에서 대면상담이 이뤄지는 식이다. 제네시스랩 측은 “(자율주행차는) 자신을 알아보고 감정을 읽는 감정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사람과 같이 느끼고 공감하는 감정인식 AI로 이를 구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이터치는 자율주행 차량을 ‘움직이는 나의 공간’으로 해석했다. 좌석에 기대 앉아 화면과 장치를 가상터치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은 온전한 나의 공간으로 완성한다. 리모컨 없이도 원하는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감상하는 것은 물론 창밖을 배경으로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브이터치는 당일 현장에서 가상제어를 직접 선보였다. 게임디자이너와 사운드아티스트, UX연구원과 협업으로 완성한 게임은 달리는 차량에서 즐기는 포켓몬고를 연상케 했다. 브이터치 측은 “프로젝트를 통해 스스로 가는 자동차 안에서 ‘당신의 시간을 채워줄’ 답을 찾게 됐다”며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자율주행차의 약점은 실내 공간에서 길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GPS가 실내 공간에서 신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 터널이나 실내 주차장에 진입할 때 자율주행차 스스로가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폴라리언트의 상상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자율주행차가 실내 공간에서도 위치를 찾을 수 있다면, 붐비는 주차장에서도 알아서 빈 공간으로 안내할 것이다. 운전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주차장부터 자율 주행차가 달릴 수 있을 것이다. 폴라리언트는 그들의 상상을 미디어 아티스트 이석과 구현했다. 실내에서도 정확한 위치 측위를 통해 움직이는 자율주행차를 미디어 아트로 관객에게 전달하며 자율주행차가 선보일 미래를 제시했다.

 

 

사람은 소리를 통해 공간과 시간, 사건 정보를 유추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동차 소리환경을 이해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코클리어닷에이아이는 ‘소리로 듣는 공간과 시간’을 자율주행차 안에서 끌고 왔다. 소리인식기술을 통해 자연, 일상, 생활에서 발생하는 비언어적 소리를 자동차가 인식하고 탑승자에게 최적의 탑승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컨대 주행 중 차량 경적 소리나 앰뷸런스 사이렌을 인식할 경우 속도를 낮추는 식으로 주행 환경을 조절한다. 탑승자의 기침소리를 인식하면 자동으로 차량 내 온도를 조절한다. 비가 오는 날에는 빗소리에 어울리는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이 울려 퍼진다. 쇼케이스 현장에서는 코클리어닷에이아이와 아티스트 무토가 국악과 전자음악, 비주얼아트가 합쳐진 프로젝트로 실제 자율주행차를 타고 있는 듯한 생동감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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